Jenny Durrant
제니 듀런트는 유럽법인의 시니어 미디어 매니저로 유럽 내 기아자동차 홍보 및 전략적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6년간 광고 홍보업게에 종사해왔으며 영국 Manning Gottlieb OMD와 독일 PHD Worldwide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자동차 업계 뒤집어 보기:
테슬라 마케팅의 시사점
TEXT. Jenny Durrant (INNOCEAN Worldwide Europe)
자동차 업계에 근무하다 보니 아무래도 필자나 동료들은 비종사자들보다 지나가는 차에 눈길 한 번이라도 더 주게 된다. 그런데 자동차에 관심이 있든 없든 친구들과 지인들이 한결같이 큰 관심을 보이는 차량이 있다. 바로 테슬라다. 충격과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아, 저게 테슬라구나!' 감탄한 후 차가 조용히 지나갈 때까지 정적이 흐르거나 대화가 느려지곤 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설립자이자 CEO인 엘론 머스크와 가장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겪은 시련과 고난은 약자가 역경을 딛고 승리하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남들이 실패한 분야에서 성공을 위해 도전한 결과였다. 맨손으로 시작한 엘론 머스크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차와 부품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테슬라 차량을 거리에서 보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두 가지가 합해져서 기업의 CMO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엄청난 인지도가 생성된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기업 인지도 확립을 위해 시장에 팔아야 할 차량 수를 계산하는 공식을 사용한다. 몇 대 이상을 팔아야 해당 브랜드 차량이 거리에서 눈에 띌지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테슬라가 이 계산법을 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주 눈에 띄어서 무의식적으로 친숙하게 만드는 전략 대신 테슬라는 고객을 사로잡는 방법을 택했다. 모두가 택한 방식을 거부했지만 테슬라의 분석이 옳았던 것이다.
01
비전
2006년 당시 엘론 머스크가 첫 마스터 플랜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스포츠카를 만들 것
2. 1번으로 번 돈을 합리적인 가격대의 차를 만드는 데 사용
3. 2번으로 번 돈을 더 합리적인 가격대의 차를 만드는 데 사용
4. 위의 일을 하면서 탄소배출량 0의 전기차 생산
5.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 것
2016년 3월 31일, Model 3를 공개하면서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솔라시티를 통해 자신의 마스터 플랜을 모두 달성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20일 마스터 플랜 2를 공개했다. 기존의 목표를 모두 달성한 다음에야 더 높은 목표를 세운 것이다. 테슬라의 목표는 수익만이 아니다. 엘론은 테슬라를 환경 보호의 선봉장으로 삼았다. 지구 온난화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테슬라는 특허 기술을 공개하고, 환경이라는 대의를 위해 경쟁사들과 힘을 합쳐 싸우고자 한다.
02
놀라운 소식
마스터 플랜 2는 일반 대중이나 미디어 어느 한쪽만이 아닌 양쪽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엘론 머스크가 블로그에 글을 올린 직후인 7월 21일(GMT) 전 세계 트위터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새벽 2시(GMT) 해시태그 #tesla를 단 트윗 수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초기 반응은 미국에서 시작됐으나 오전 9시, 10시가 되자 유럽에서도 반향이 커졌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리트윗과 원본 트윗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네트워크상에서 대중이 열렬히 반응하고 서로의 반응을 공유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주제였을까? 바로 이것이다.
RT @business: 속보: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화물트럭 차종 추가 및 자율주행을 이용한 자동차 공유 발표 http://t.co/8XNn7JbsGB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멜론의 새로운 사업 계획은 리트윗에 리트윗을 거듭했고, 네트워크를 뜨겁게 달궜다. 궁금증을 증폭시킨 테슬라는 세부사항이 담긴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미디어를 거치지 않은 완벽하고 절제된 발표였다.
03
유명인을 이요한 홍보
테슬라 설립 이전부터 엘론 머스크는 미디어에 우호적인 입장이었으나, 본격적으로 유명인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 브랜드 출시 이후부터다. 2006년 엘론은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로드스터 EP2 프로토타입의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들은 형편없었습니다." 엘론이 행사에서 했던 말이다. 엘론 머스크의 자서전을 집필한 애슐리 반스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나 마이클 아이스너 전임 디즈니 CEO 등 유명인들이 행사장에 등장했고 상당수가 로드스터를 타고 왔다. 한 달 후쯤 고급 차량을 선보이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가 열렸을 때 테슬라는 화제의 차량이 되어 있었다. 주최측은 사정하다시피 로드스터 전시를 요청했고 전시비용마저 감면해주었다. 테슬라 부스에서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선 주문 예약금으로 10만 달러짜리 수표 여러 장을 건네곤 했다."
테슬라 로드스터, Model S와 X의 주 구매고객이 부유층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스타 파워가 큰 도움이 됐고, 충성심이 높은 팬층과 차주층 생성으로 이어졌다. 테슬라 차주들은 입소문을 내고 테슬라 모터 클럽 등 전문 포럼을 운영함으로써 테슬라 판매에 큰 도움이 됐다.
04
테슬라의 시사점
비전을 공유하라. 비전이 없다면 세워라.
현대 고객들은 기업이 수익과 손실을 넘어 더 큰 꿈과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브랜드의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위험을 감수하고 위험을 통해 배워라. 엘론은 위험을 포용하고 성공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위험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브랜드에 관해서는 누군가 먼저 시도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위험을 두려워하고 재무팀이나 경영진이 혁신적인 결정을 내리길 기다린다면 그 결과는 형편없을 것이다. ROI 예상치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 고객 관리, 신제품 출시, 차량 판매에 관한 한 위험을 감수하고 추구하라.
기존 고객의 소중함을 기억하라. 일부 브랜드는 신규 고객 유치에 노력하는 나머지 기존 고객의 소중함을 잊곤 한다. 테슬라 차주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차량 홍보와 판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엘론은 꾸준히 감사의 뜻을 전했고 CRM 이니셔티브들을 통해 기존 고객에게 보답해왔다.
마지막으로, 테슬라를 무시하지 마라. 테슬라 Model 3는 2017년에 시판될 예정이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40만 대가 예약 판매되었다. 유럽 내 전기 충전소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테슬라의 공급망이 문제없이 가동하여 예판 차량들을 적시에 배송한다면, 전기차와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마치 핵폭탄처럼 뒤흔들 것이다. 아직 생산되지도 않은 Model 3 때문에 닛산과 BMW는 미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구성원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강하고 대담하게 반응하길 바라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